메뉴 건너뛰기

blood

2000년 02월 19일 헌혈일지

박영식 2000.02.19 21:21 조회 수 : 1496

kind 전혈 
volume 320 
post 인천 
place 제물포 
하교길 하교길, 며칠 전부터 계획했던 헌혈을 하기로 했다. 시간도 없거니와, 나이도 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미루어 왔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어 오늘을 택했다. 봄방학 때도, 학교에서 5시 정도에 하교하기에 헌혈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물함을 정리하여 체육복이 있었음에도 헌혈의 집으로 향했다. 내려가는 도중 친구들을 만나서 당구장에 갈까도 했으나, 마음을 굳혔다.
 헌혈의 집 현관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들어가기로 했다. 먼저 인사를 한 후, 헌혈가능 여부를 여쭈었다. 생년월일이 적힌 표지판은 83년 2월 16일까지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간호사와의 면담을 마치고 혈액형 검사 및 혈압측정을 하였다. 나는 O형이기에 A형 표준 혈청과 B형 표준 혈청 모두에 응집되지 않았다. 게다가 혈압도 130에 70으로 정상이라고 하셨다.
 안심한 나는 상의를 벗고, 헌혈 전용 침대(?, 소파와 비슷했음.)에 누워 마음을 가다듬었다. 첫 헌혈이기에 매우 떨렸다. 어머니께서 쓰러진다며, 하지 말라고 누누히 말씀하셔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간호사님이 팔을 소독하시고, 팔 밑에 물봉지(?. 내 생각으로는 헌혈을 돕기 위한 장비쯤)를 대셨다. 이윽고, 바늘이 나의 팔속으로 삽입되었다.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간호사님은 지금부터 붙여주는 것을 5시간 후에 떼라고 말씀하셨다. 지혈하는 솜(거즈)였다. 나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접었다, 폈다, 접었다, 폈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나의 피를 기증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옆에 누워 있던 분들이 궁굼했다. ‘그 분들은 손에 스폰지를 쥐어주고, 담요로 덮어주었는데, 나는 왜 없지? 여자라 그런가?’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간호사님에게 옆의 누워계신 분들과의 차이를 여쭈어 보니, 성분(혈장) 헌혈 중이라고 하셨다. ‘나는 전혈 헌혈이고, 먼저 오신 분들은 혈장 헌혈!’ 나는 처음이라 30∼40분이나 걸리는 헌혈이 불가능하다고 하셨다. 수혈봉지에 일정량이 채워졌을 때, “끝났어요.”하였다. 주사 바늘을 빼내시면서, “좀 묵직할 거예요.” 하셨으나, 아무 느낌도 없었다. 주사기를 빼고 지혈 거즈를 팔에 잘 붙인다음, 일어나려 하니, 간호사님께서 지혈대를 묶어 주시며 “아직 일어나지 마세요. 어지러울 수도 있어요.”라고 하셨다.
 3분 정도 누워 있다가 포도 주스를 마시며 지혈되기를 기다렸다. 나의 상태를 관찰했으나 별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어지럽지는 않았지만, 점심을 못 먹어서 그런지 약간 배가 고팠다. 그 곳에서 지급해 주는 초코파이를 먹은 뒤, 음료수를 한 잔 더 하고, 헌혈 증서를 확인했다. 전화카드도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2000원을 벌은 것이다. ‘약간의 시간과 피가 소모됐지만, 내가 이득이 아닐까?’ 그러나 손익을 따지기 전에 남을 돕는 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겠다. 어쨌든 밖으로 나오면서 구름과 잘 조화된 푸른 하늘을 보니 마음이 가벼웠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