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동안에 도서관은 질서의 세계이다. 나는 분명한 목적하에 문자로 쓰인 글들을 읽어가며 이름이나 목소리를 찾고, 주에에 따라 내 관심에 맞는 책을 찾아낸다. 도서관의 구조는 난해하지 않다. 직선들로 이루어진 미로이지만, 방향을 잃게 하기 위한 미로가 아니라 원하는 걸 쉽게 찾기 위한 미로이다. 누가 봐도 논리적인 분류법에 따라 분할된 공간이며, 알파벳과 숫자를 이용해 기억하기 쉽게 맞추어진 분류 체계와 미리 결정된 목록에 따라 배치된 공간이다. 20쪽
과리노에 따르면, 말을 하는 것은 독서가의 소화력에 도움을 준다. "말을 하면 열이 올라 피가 묽어지고, 정맥을 말끔히 씻어내고 동맥을 활짝 열어주어, 음식을 흡수해 소화하는 혈관에 불필요한 습기가 남아 있는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어의 소화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글을 쓰려고 도서관 뒤에 마련한 한 귀퉁이, 아무도 내 목소리를들을 수 없는 그곳에서 가끔 크게 소리 내어 읽는다. 글을 좀 더 깊이 음미하며 이를 내 것으로 더욱 공고하게 만들고 싶어서. 187쪽
내 도서관에는 목록이 없다. 하지만 한 권 한 권을 내 손으로 서가에 꽂았기 때문에 도서관의 구조만 떠올리면 모든 책의 위치를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수 있다. 따라서 빛과 어둠은 내가 책을 찾는 데 별다를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머릿속에 기억된 순서는 내 안에 심겨진 패턴으로 도서관의 형태와 구분을 따른다. 221쪽
강남역 근처에도 도서관이 있었다.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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