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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홈페이지

[수필] 마라톤과 프로그래밍

박영식2010.09.27 19:06조회 수 155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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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6일 21.0975km, 마라톤 half 코스에 다시 한번 도전했다. 오랜만에 달리는 거라 역시 준비운동에 신경쓰긴 했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4km 지점,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래밍을 하다보면 이와같이 처음부터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뭐, 기본적인 검색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달리기에서도 초반에 발생하는 문제는 일단 참아보기로 하고 계속 달린다. 곧 식수대가 나오기 마련이고, 다리를 풀 수 있는 시점이 있기 때문이다.
 8km지점, 오른쪽 앞축에 통증이 시작된다. 발가락까지 아파서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프로그래밍에서도 두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전에 발생한 예외처리 때문에 다른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때는 전에 해결했던 방법을 통합적으로 생각해서 회피해야 한다. 약간 머리를 써야한다. 담배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10km 단축 마라톤이라면 쉬면서 간식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half라면 이제 반 밖에 안 달린 것이므로, 물을 마시고, 다리를 한 번 더 풀어 준 후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물론 코스에 따라서 반환지점이 다를 수 도 있다. 일반적으로 되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11km 지점에서 왼쪽 무릎의 통증으로 더이상 달릴 수가 없게 되었다. 이쯤 되면 코딩에서도 검색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서핑이나 하면서 작업을 전환해야 한다. 3km 정도를 걸으면서 왼쪽 무릎의 통증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중간중간 다리를 풀어주며, 15km지점 부근의 바나나와 초코파이 포카리스웨트로 체력을 보충한다. 프로그래머는 니코틴이나 간식을 통해 뇌에 포도당을 공급하는 시간이다. 이제 다시 무릎을 점검해 본다. 16km 지점부터 다시 달려본다. 속도는 나오지 않지만 이제 얼만 안 남았으므로 완주를 바라면서 가다보면, 18km 지점에서 허리통증이 시작된다. 프로그래머도 너무 앉아있어서 허리가 아프다. 헐. 이제 팔, 어깨까지 모두 결려온다.  20km지점. 1.1km를 앞 두고 피니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으로 통증이 잠깐 사라진다. 프로그래머도 거의 완성된 프로그램의 UI를 마무리할 생각으로 최대한 귀찮지 않을 방법을 궁리한다.
결승점. 마지막 스퍼트를 내보려하지만 여유가 없다. 프로그래머 역시 기술을 도입하고 싶지만 귀찮다. 완주 후에 먹는 간식은 체력을 보충해 줘야 하므로 단 음식이 좋다. 긴 랠리를 끝내고 성취감을 맛 볼 것 같지만, 상처뿐인 영광일지도 모른다. 온몸은 축나고, 남는 건 피로 뿐. 잠을 자고, 얼마 후 레이스 사진을 본다. 프로그래머 역시 완성된 프로그램을 돌려보면서, '내가 이랬다니'를 연발한다.

박영식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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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엄친아, 신상녀를 근자감으로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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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감, 낚시글, 박순희/오덕후, 최진실법, 블룩, 신상녀, 엄친아/엄친딸.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처음 듣는 단어가 있다면 트렌드 키워드 습득이 부족하거나 신조어에 관심이 적은 것이다. 위에 열거한 단어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 놈)일 수도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 특정 현상이나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단어들이 필요해졌다. 그로인해 생긴 많은 단어들이 또 다시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2009년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최신소식에 대한 이야기에서 친구들과 말이 통하지 않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다면, <2009 트렌드 키워드>(미래의 창, 2009)가 필요한 것이다. 남들은 다 웃고 있는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른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한 때 '된장녀'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들이 있었는데, '신상녀'라는 신조어를 통해 좋은 이미지로 개선되었다. '박순희/오덕후'도 '빠순희/오타쿠'를 순화한 단어들이다.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개념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사람들의 동의가 필요 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신조어의 생성이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검색어 1위, 즉 트렌드 키워드가 되면 바로 신조어로 자리매김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나온 단어들도 어떤 식으로 바뀔지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경영컨설팅 회사의 김민주 대표가 <2008 트렌드 키워드>에서 소개한 것을 바탕으로 수정 및 업데이트를 거쳤기 때문에 꼭 필요한 단어들이 많다. 신조어는 사회현상에 대한 표현이 특정분야의 언어발달로 나타나는 것이다. 변하는 세상에 빠른 적응을 위해서는 새로운 말(단어)를 배우고 사용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적절한 단어로 현상과 사물을 표현할 때, 상식이 넘치고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 질 것이다. 2009년 트렌드 키워드를 익히고, 사용해 보자."

[도서] 누가 소프트웨어의 심장을 움직이는가(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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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역사보다는 조금 거부감이 덜 들었다. 보통 컴퓨터의 역사를 다루는 책들은 애니악부터 시작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야기만을 다루는데, 이 책은 그나마 적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UML과 RUP 등의 근래 도입된 관련분야 기술을 다루고 있어, IT분야에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들에게 필독서로 권하고 싶다. 음. 오픈소스의 개념, 기타 프로그래밍 언어의 계보도와 각 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의 특징들을 다루고 있어, 상당한 IT상식을 쌓을 수 있다. 넓게 읽히기에 좋은 책이다. * 박영식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6-09 01:29)"

[수상]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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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받은 것 중 상품으로는 최고가인 것 같다.

PMP
XBOX360
루펜
외장하드
아이팟 셔플
USB 다수

[발췌] 디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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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친구들도 다 받기 때문이야. 성적이 떨어지진 않을 거라고 안심할 수 있거든. 그리고 네가 과외를 하는 것도 주변 친구들이 다 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사기 치는 건 아니라고 안심할 수 있는 거야. 넌 노동이 아니라 주술을 하고 있어."

아름다움이란 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왜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아름다움을 좇는가? 나는 오래도록 생각했고, 내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우주는 질적 대칭과 양적 비대칭으로 유지되는 곳이다. 빛과 어둠. 질서와 무질서. 의미와 무의미. 아름다움과 추함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선호하는 것들이 아름다워졌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구멍이 있다. 우리가 왜 무언가를 선호하게 되는지를 다시 설명해야만 한다. 그냥 이렇게 반대로 말하는 쪽이 훨씬 편하다.

교수 세 명으로 구성된 심사단 앞에서 졸업 예정자들은 순서대로 논문을 발표했다. 안민은 거침없이 묻고, 꾸짖고, 헤집고, 윽박질렀다. 남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렸고 여학생들은 당장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논문이 심사를 가뿐하게 통과했다. 박사 논문이 아니라 학부 논문이었다.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학위의 수료를 위한 형식적 절차였다.제자를 고꾸라뜨릴 필요는 없었다.~중략~공부를 계속할 생각이 없는 학생의 졸업을 막아봐야 서로 득될 게 없었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나온 돈으로 삼성전자의 목을 조르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안 그래?

한 국가의 대표팀 응원복이 다른 국가의 생활 의복을 점령해버리는 건 결례였다. 그래서 그 옷들은 막 탈북해서 대한민국으로 건너온 새터민들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새터민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으면서 소정의 정착금, 임대 주택과 함께 빨간색 반팔 티셔츠를 제공받았다. 선택의 여지도 없었지만 새터민들은 영문조차 몰랐다. 말 그대로 영문(英文)을 몰랐다.
구사일생으로 빨갱이들의 왕국을 탈출해 자유의 나라에 도착한 이들은 벅찬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새마른 가슴팍에 무엇보다 먼저 이런 문장을 새겨 넣어야만 했던 것이다. Be the reds!

나를 밀고한 대석 형과, 진우를 밀고한 나는 대공분실에서 무사히 풀려났다. 우리는 바쁘게 폭탄을 돌렸다. 하지만 폭탄을 영원히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터지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진우는 풀려나지 못했다.

그는 부평 대우자동차 시위로 인해 입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학생운동을 떠났고, 검사가 됐다. 그리고 검사가 되자마자 부평을 관할 구역으로 받아 돌아간 것이었다. 그에게 보고를 올리는 경찰들은 틀림없이 몸서리칠 것이다.~중략~세상은 돌고 돈다.

축제란 불바다인 전쟁과 피가 튀는 학살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죄책감의 산물이었다. 대한민국의 다섯개 국가경축일 가운데 네 개가 전쟁과 관련이 있다. 대한민국의 45개 국가기념일 가운데 17개가 전쟁과 관련이 있다. 축제는 인간의 죄에서 유래했다. 축제의 흥취에 익사 직전까지 젖었을 때, 비로소 인간이 저지른 지나간 되는 깨끗이 망각된다.

란다우어의 원리란 열역학 법칙이 있어. 열역학에서는 정보를 곧 에너지로 취급하는데, 통념과는 다르게 에너지는 정보를 조직할 때가 아니라 삭제할 때 사용된다는 거야. 이 원리에 따르면 아무리 복잡한 연산이라 해도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다만 연산장치의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산이 끝난 정보를 지워 초기화 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에너지는 이 과정에서 전부 소모되는 거야.

나는 생각해보았다. 인간의 뇌 역시 전기화학적 연산장치이므로 란다우어의 원리가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기억하기는 쉽다. 잊기는 어렵다. 사랑에 빠지기는 쉽다. 지우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몸부림친다. 처음으로 되돌리려고. 얼마나 더 큰 에너지를 지나간 기억 위에 미련하게 쏟아부어야 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인간은 불행이 따르면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불행이 닥치지 않는다고 의아함을 느끼지는 않는 법이다. 그리고 불행은 인간이 완전히 방심했을 때, 즉 몸과 마음의 긴장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았을 때, 무장강도처럼 불쑥 찾아와 최악의 피해를 남긴다. 그래서 그것이 불행이라고 불린다.

이미 세상의 부조리에 무감각해졌다. 마르크스는 그것을 자본의 논리라고 불렀지만 나는 다윈이 사용한 용어가 더 와 닿는다. 다윈은 그것을 적응이라고 불렀다.

그런 자신감은 세계의 의미 있는 변혁이 우리의 젊음과 함께 완료되었다는 자기중심적 사고 방식에서 나온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이 되는가? 마침내 변혁의 대상이 되고 만다. 나는 역사의 법칙을 부정할 생각이 없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자네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야. 공부를 포기하고 사회와 싸운다는 건 말이야, 적이 모는 자동차에 몸을 던져 피로 범퍼를 더렵혀주겠다는 거나 다름없네

그건 50년짜리 안목이라고. 자기는 5백년, 5천 년 된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고 싸우는데 50년 된 법을 어기는 것 따위가 무슨 대수냐고.~중략~하지만 결국에는 알게 되는 거다. 5천 년 된 세상을 그렇게 쉽게 뒤엎을 수는 없다는 걸.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을 바꾸려고 젊음을 다 쏟아부었는데, 뒤늦게 세상이 바뀌지 않는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 차라이 세상이 되어버리는 거야. 아주 철저하게 세상이 되어 낭비한 젊음을 보상받는 거지. 그놈이 지금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너 같은 꼬맹이가 새로 나타나서 그놈이 만든 세상을 바꾸겠다고 날뛰지.~중략~너희는 세상과 싸우는 게 아냐. 세상이란 단어에는 아무 뜻도 없어. 너희는 선배들과 싸우고 있다. 너만 할 때는 딱 너랑 똑같은 눈을 하고 너의 미래와 싸우게 될 거야. 끝이 없는 윤회 같은 거지. 

[도서]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뷔케트)

[원문보기]
이게 책으로 분류되기는 부적절한 것 같다. 희곡이자 연극이기 때문이다. 리뷰에서도 봤지만, 무작정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무의미한 폭력과 대화가 오간다는 것. 고등학생 때 본 "서울, 1964 겨울"[김승옥]이 생각났다. 무의미한 대화와 행동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고도"(기다림의 대상)을 기다린다. 뭔지 몰라도 좋은 쪽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대신에 소년이 계속 오는데, 그 소년은 어제 왔었던 그 소년인지 모른다.(맞나?) 아무튼, 소년에게 계속 묻는다. 내일은 "고도"가 올 것인가에 대해. 아무런 줄거리도 없는데, 어떻게 유명해졌는지 모르겠다. 하긴, 뭐가 있어야 잘 되는 시대는 아닌지라, 누군가가 평론을 잘 썼나보다. 자야되는데, 자기 아깝다. 뭔가를 개발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 박영식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7-06-09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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